— 22호봉 교사의 교실 스튜디오 시스템 입문기 —
혹시 아직도 교실에서
TV스피커, 2만원짜리 사운드바
쓰고 계신가요?
솔직하게 말하면,
그걸
'소리'
라고 부르긴 좀..
"사운드바..
그건 스피커가 아니다."
그저,
소리를 내는
플라스틱 막대기에 가깝다.
이상하네
분명 평소처럼 틀었는데,
뒤쪽에서 한 번 더 물었다.
“쌤, 잘 안들려요”
볼륨을 올렸다.
한 칸.
두 칸.
아니다.
단순히 볼륨의 문제가 아니라,
소리가 애초에
뒤까지 제대로 닿지 못하고 있었다.
몰라줘서 미안해

그때까지는 몰랐다.
내가 그동안
“소리처럼 생긴 무언가”
를 듣고 있었다는 걸.
교실은 생각보다 넓다.
앞에서 말하면,
뒤는 한 번 더 묻는다.
영상은 보여도,
대사 소리는 반쯤 잘린다.
소리는
끝까지 가지 못하고 있었다.
내돈내산
그래서 별 생각 없이 바꿨다.
가성비 좋은거로

캔스톤 R224
가격도 크게 부담 없었고,
그냥 딱 이정도 생각으로.
“이 정도면 좀 낫겠지”
며칠 뒤,
교실 책상 위에 올려놨다.
연결했다. 그리고
재생 버튼을 눌렀다.
…
잠깐 멈췄다.
“아…”
그게 먼저 나왔다.
소리야, 잠깐 앞으로 나와볼래?
이건 볼륨의 문제가 아니었다.
소리가 앞으로 나왔다.
퍼지는 게 아니라,
그대로 꽂혔다.
뒤쪽 애들이 고개를 들었다.
쌤!
오늘 왜 이렇게 잘 들려요?
그 한마디.
그걸로 설명이 끝났다.
이 정도면 충분한 줄 알았다
나는 그때부터
스피커를 쓰는 게 아니라
관리하기 시작했다.
위치를 바꾸고,
각도를 미세하게 틀고,
먼지 한 번 더 닦고,
수업 끝나고
아무도 없는 교실에서
괜히 한 곡 더 틀어봤다.
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는 걸 느끼려고
계속 귀를 가져다 대고 있었다.
음향 선교 활동
이 좋은걸 혼자 듣기 아까웠다.
그래서 동료 선생님들을 불러
교실 한 번 오셔서
노래 한 곡 듣고 가세요ㅎㅎ
유튜브 음악 틀어드리면 다들 말했다.
“야, 이거 소리 좋네.”
그 한마디가 그렇게 짜릿했다.
옹졸한 사운드바의 소음..
그 소리에 익숙한 선생님들의
흔들리는 눈동자
나는
그걸 보고 있었다.
조금 과장하면
약간 변태스러운 눈빛으로.
그리고
그 표정이
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.
아무렇지 않은 척
볼륨을 살짝 더 올리고,
노래를
조금 더 길게 틀어놨다.
그 반응을
조금 더 오래 보기 위해서
이건 일종의
"음향적 선교 활동"
이었다.

근데 이상하게 아무도
스피커를 바꾸진 않았다.
사람은 적응의 동물
문제는 시간이 지나자 생겼다.
분명 다른교실,
남들보다 좋았다.
그런데 귀는 이미
“조금 더 좋은 소리”
를 알고 있는 상태였다.
목에 걸린 가래처럼,
아무리 긁어도 시원하지 않은 그 느낌.
분명 부족함이 있었다.
여기서
조금만 더 좋았으면..
그리고

서랍 속에 구석에 박혀있던
붉은 금속 박스
한때는
내 인생을 바꿔줄 거라 믿었던 물건.
어쨋든 결과적으로
교실 분위기가 좀 바뀌긴 했다.
"의도치 않게"
그리고,
부끄러움은 언제나 뒤늦게
에티모틱의 3단 팁처럼
나의 뇌를 깊숙이 푹 찌르며
찾아온다.
P.S.
혹시 지금 교실에서
2만원 사운드바 쓰고 계신 선생님들께,
저희 학교도 겨우 설득 성공해서
이 2만원짜리 사운드바 쓰고있습니다..
이 글이 불편하셨다면
정중히 사과 드리겠습니다.
그래도
할 말은 해야 하겠습니다.
"그건 소리가 아닙니다."
그저 값어치 없는
'진동'
일 뿐이죠.
머야 왜 멋있는 척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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— 22호봉 교사의 교실 스튜디오 시스템 입문기 — 교실에서 새학기 준비를 하던 2월 중순,스피커에서 이상한 소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.처음엔 스피커가 고장난 줄 알았다.아니면 PC가 고장났거
flatreference.tistory.com
P.S.
캔스톤 R224는
안타깝게도 단종 되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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